“지금 이 순간의 가장 큰 비극”

GPT와 같은 LLM들이 등장하기 전, 그러니까 나같은 기술/예술계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막 주목받기 시작했을 무렵 내가 떠올렸던 프로젝트의 제목은 지금 이 순간의 가장 큰 비극 이었다. 온라인 상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뿌려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읽고 분석해서,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비극이 무엇인지를 찾아 보여줄 수 있을까. 인간 집단은 오히려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비극들을 찾아내는 인공지능. 당시의 나는 그 질문이 인간성의 어떤 단면을 드러내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.

웹페이지 형식으로 구현된 떨어지고, 끼이고, 깔린(Fallen, Caught, Crushed) 은 그렇게 오래 전 시작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업이다. 인공지능은 수집된 신문기사를 분석해 그것이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것인지를 판별하고 분류하고 다시 기록 한다.

사람이 언젠가 죽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죽음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 중 꽤 많은 것들은 발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들이기 때문이다. 우리가 관여하는 시스템, 나의 세계가 구조적으로 그러한 죽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. 그러다보니 마치 그것이 세상의 기본값인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며 그 안에서 쉽게 잊혀지는 죽음들.

잊혀지는 죽음들 역시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계속 발생되고 있으므로 잊혀지는 것 역시 죽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. 하지만 그러한 죽음들에 대한 알림은 우리가 잊고 있다는 것, 나아가 산다는 것이 어떤 것들을 잊는 것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작동하는 무언가 일거라고 믿는다. 그리고 그 알림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 나타났다 사라질 경험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도, 누구에게든 언젠가 한 번쯤은 그 찰라의 순간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, 매섭고 슬프고 안타깝고 비열하고 사무치는 강렬한 울림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.

2026년 9월, 이강일

giy.hands@gmail.com

@giy.hand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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